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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1:1-2

1 데오빌로여 내가 먼저 쓴 글에는 무릇 예수께서 행하시며 가르치시기를 시작하심부터

2 그가 택하신 사도들에게 성령으로 명하시고 승천하신 날까지의 일을 기록하였노라

 

100주년 기념교회 2005년 7월 17일 이재철목사님 설교 말씀 기록

 

사도행전의 첫 머리인 오늘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데오빌로여 내가 먼저 쓴 글에는 무릇 예수의 행하시며 가르치시기를 시작하심부터 그의 택하신 사도들에게 성령으로 명하시고 승천하신 날까지의 일을 기록하였노라.

 

사도행전은 의사인 동시에 누가복음의 기록자였던 누가가 대오빌로라는 사람을 위해서 그에게 써보낸 편지의 내용입니다.

본문에서 내가 먼저 쓴 글이란 누가가 대오빌로를 위해서 사도행전을 써보내기 이전에 먼저 보냈던 자신의 편지 누가복음을 의미합니다.

누가는 대오빌로에게 자신이 먼저 보냈던 첫 번째 편지 누가복음을 상기시켜주는 것으로 사도행전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썼던 누가복음의 핵심을 예수의 행하시며 가르치시기를 시작하심부터 그의 택하신 사도들에게 성령으로 명하시고 승천하신 날까지의 기록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한마디로 자신이 쓴 누가복음은 이 땅에 오신 주님께서 보여주셨던 주님의 삶에 대한 기록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이 시간 우리가 본문을 통해서 유의하고자 하는 것은 누가가 예수님의 삶을 예수의 행하시며 가르치시기를 시작하심부터 라는 구절로 설명하면서 행하시며 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가장 먼저 행하셨던 것은 사람을 가르치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서 사람을 가르치려 하시기 전에 먼저 당신께서 행하셔야 될 것을 행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치심이 더 없이 소중한 것은 예수님의 그 가르치심이 그보다 선행되었던 예수님의 행하심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예수님의 가르치심이 선행된 행하심에 근거를 두지 않았더라면 그분의 가르치심은 2000년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기는 커녕 이미 2000년 전에 이스라엘의 허공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행하심이 결여된 가르침은 공허한 관념의 유희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오셔서 인간을 가르치려 하시기 전에 성자 하나님이시면서도 비천한 인간의 육신을 입고 성육신을 먼저 하셨습니다.

인간 세상에서 죄로 더럽혀진 인간들과 부대끼며 그 죄인 된 인간의 친구로 살아가는 삶을 먼저 사셨습니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는 죄인이 받아야 할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전혀 없으셨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죄인인 세례자 요한 앞에 친히 무릎을 꿇으시고 세례를 먼저 받으셨습니다.

이렇듯 예수님께서는 가르치시기 전에 당신께서 행하셔야 할 것을 먼저 철저하게 행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그와 같은 삶은 인간을 사랑하시고 인간을 섬기시는 하나님을 이 세상에 투사하는 화면이었기에 그 뒤에 수반된 그분의 가르침은 공허한 관념의 유희로 끝나지 않고 사람과 세상을 살리시는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가 되셨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그 행하심의 궁극적 목적이 대체 어디에 있었겠습니까?

 

1998년 6월 21일 주님의 교회에서 10년에 걸친 임기를 끝낸 저는 그 해 9월 22일 당시 미 자립 교회였던 제네바 한인교회를 섬기기 위해서 한국을 떠났습니다.

제네바에 도착한 지 여섯 년 만에 제네바 시 당국으로부터 거주 허가가 나왔으니 필요한 수속을 밟으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 이튿날 절차에 따라 먼저 지정된 병원을 찾아가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은 뒤에 국제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거주와 관련된 업무를 법무부가 담당하지만 제네바에서는 국제경찰서 소관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필요한 수속을 다 끝내고 나자 담당 경찰관은 제가 제출했던 거주 허가 신청서 사본에 필요한 직인과 스탬프를 찍은 뒤에 제게 되돌려 주었습니다.

이를태면 그 사본은 2-3주 후 정식 허가증이 나오기까지 유효한 임시허가증인 샘이었습니다.

A4 용지 크기의 그 사본을 받는 순간에 저는 처음에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몇 번이고 살펴보아도 그 사본의 한가운데에는 에트랑제라는 붉은 스탬프가 분명히 찍혀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게 신선한 충격과 동시에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프랑스어로 에트랑제란 외국인을 의미합니다.

프랑스어를 모국으로 사용하는 제네바에 간 이상 한국인인 저는 변명의 여지 없는 외국인이고 외국인인 제게 외국인을 의미하는 에트랑제의 붉은 스탬프를 찍은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제가 에트랑제란 그 스탬프를 보고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던 것은 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특히 까뮈의 소설 에트랑제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던 제게 그 단어의 의미는 평소 외국인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까뮈가 인간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소설을 쓰고 그 소설에 에트랑제라는 제목을 붙일 때 그는 그 단어를 이방인이란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이방인 역시 외국인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까뮈가 그 단어를 사용할 때 그 에트랑제라는 단어는 도저히 이 세상과 어울릴 수도 융화할 수도 없는 국외자 다시 말해 아웃사이더의 의미로 그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세상을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제 자신을 이방인이라거나 아웃사이더로 여겨본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인사이더가 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을 떠나서 머나먼 스위스 땅에서 둥지를 틀고서야 스위스 국적법상으로나 하나님의 법상으로나 이방인에 지나지 않는 제 자신의 실체를 뼈저리게 느꼈던 것입니다.

죽음과 사망의 한가운데 제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던 저는 하나님 앞에서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이방인이었고 하나님 나라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국외자였습니다.

진리와 생명에 관한 한 저는 철저한 아웃사이더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아웃사이더로 살다가 죽어간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메르소나 하나님 나라의 이방인으로 날이면 날마다 사망의 골짜기로 추락해가는 저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저를 하나님 나라의 인사이더로 건져 올려주신 것입니다.

당신의 생명을 십자가의 제물삼아 저의 죄값을 대신 치러주심으로 주님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해주신 것입니다.

제게 그런 가치나 자격이 있어서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오직 주님의 은청과 사랑으로 인함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제네바 국제경찰서에서 제게 쭉 찍어준 이방인이란 붉은 낙인을 보면서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느낀 이유였습니다.

제네바 국제경찰서가 제게 이방인이란 낙인을 찍음으로 본래 하나님 앞에서 이방인에 지나지 않았던 제 실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제게서 그 이방인의 낙인을 제거해 주시고 하나님 나라의 인사이도로 건져 올려주신 주님의 은총을 다시 한번 생생하게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행하시고 이루시고자 했던 궁극적인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당신의 생명을 던져 하나님 나라의 아웃사이더에 불과한 우리를 하나님 나라의 인사이더로 건져 올리시는 것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일을 위해 이 땅에 오셨고 주님의 전생애는 이 일에 집중되었습니다.

그로 인해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자녀로 살게 된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이 누구신지 먼저 가르쳐 주신 뒤에 우리가 그 모든 것을 이해한 다음에야 우리를 위해 당신의 생명을 던지신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미 2000년 전에 당신의 생명을 던져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그리고 2000년이 지난 지금 주님께서는 당신이 누구신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계신 것입니다.

그렇기에 주님의 가르치심은 공허한 관념이 아니라 우리 생명의 원천이 되고 주님의 삶 자체는 우리의 복음이 되는 것입니다.

이 복음을 진정으로 우리가 믿는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우리의 삶을 그 복음의 뒤이은 사도행전으로 읽는 것.

 

우리 일상의 삶을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투영하는 위대한 화면으로 읽는 것 이외에 무엇이 또 달리 있을 수 있겠습니까?

 

(계속)

 

 

사도행전 1:1-2 '행하시며' 설교 말씀 기록 (1/3)

 

사도행전 1:1-2 '행하시며' 설교 말씀 기록 (3/3)

 

100주년 기념교회 설교영상 및 음성파일(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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